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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코코 (2017) | 기억으로 연결되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by 김서울 Seoul Kim 2023.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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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이번 포스팅에서 리뷰할 영화는 리 언크리치 감독의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코코>입니다.  <코코>는 제가 <라따뚜이>와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기도 한데요. 한국에서는 2017년 1월 11일 개봉되었습니다. <코코>는 2018 아카데미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2018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주제가 부문, 2018 크리틱스 초이스 영화상 최우수 애니메이션 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2023년 3월 20일 기준 로튼 토마토 지수 97%, 관객 스코어 94%로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코코>는 멕시코의 전통 기념일인 '죽은 자의 날'을 배경으로 주인공 미겔의 성장, 꿈과 좌절, 가족애, 죽음과 기억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죽은 자의 날은 멕시코 문화권 나라에서 매년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진행되는 큰 축제입니다. 영화에도 나오듯 사람들은 해골 분장을 하고, 해골 모양의 장식품을 만들어 전시하고, 제단은 금잔화로 장식합니다. 그럼 오늘은 <코코>의 줄거리와 감상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코코> 줄거리

멕시코 산타 세실리아 마을에 사는 주인공 미겔은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입니다. 그의 가장 친한 친구는 단테라는 동네 개입니다. 미겔은 유명한 가수인 에르네스토 델 라 크루즈를 자신의 우상으로 우러러보며, 그와 같은 예술가를 꿈꾸죠. 그런데 그에겐 큰 난관이 있습니다. 바로 가족이었죠. 미겔의 가족은 과거에 일어났던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음악'을 인생에서 지워버립니다. 음악의 선율이라도 들려오면 연주자를 찾아가서 쫓아내기 일쑤였죠. 그럼 대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미겔의 증조할머니 코코이멜다와 음악가 남편 사이에서 태어납니다. 이멜다 부부는 음악을 흥얼거리고 코코를 키우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죠. 그런데 남편은 세상에 자신의 음악을 알리겠다며 가족을 두고 떠나버립니다. 이젠 혼자서 대가족을 꾸려 나가야 하는 이멜다는 깊은 충격을 받고, 집안에서 음악을 전면 금지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그녀가 가문의 직업으로 선택한 일이 바로 신발 제작이었습니다. 이멜다의 후손인 미겔 역시 예외는 없었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광장에서 신발을 닦던 그는 동네에서 죽은 자의 날을 기념하는 음악 경연 대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미겔은 자신이 음악을 꿈꾸고 있다는 사실을 가족에게 들키게 되고 미겔의 할머니는 미겔의 기타를 내동댕이쳐 산산조각을 내버리고 말죠.

 

 

이대로 꿈을 포기할 수 없는 미겔은 문득 자신의 우상인 에르네스토 델 라 크루즈의 제단에 기타가 있다는 걸 기억합니다. 그리고 잠깐 빌려 쓰고 갖다 놓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어린 마음으로 제단으로 몰래 숨어듭니다. 기쁜 마음으로 기타를 가지고 나오려는 그때, 미겔은 뭔가 이상해졌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동시에, 자신의 눈에 해골들이 보이기 시작했던 거죠! 미겔은 죽은 자의 날에 죽은 자의 물건을 훔쳤기에, 사후세계의 규칙에 따라 저주를 받은 것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미겔은 제단 위 사진에서만 보았던 그의 친척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멜다 할머니, 오스카 삼촌, 훌리오 삼촌, 빅토리아 이모, 로지타 이모 등은 미겔을 따뜻하게 맞아줍니다. 하지만 미겔은 소풍을 온 것이 아니라 저주를 받아 사후세계에 편입되었습니다. 그는 동이 트기 전까지 가족들에게 축복을 받지 못하면 영원히 사후세계에 남게 됩니다. 이멜다 할머니는 미겔을 돌려보내기 위해 금잔화를 들고 축복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축복에는 '절대 음악을 하지 말 것'이라는 조건이 있었죠. 그 조건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미겔은 축복을 거부하고 도망치기에 이릅니다. 그 과정에서 미겔은 헥터라는 이름의 무명 음악가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우상인 에르네스토 델 라 크루즈가 자신이 돌아갈 수 있는 실마리를 갖고 있다고 믿게 되죠. 미겔은 헥터, 어찌 된 일인지 사후세계에도 따라온 단테와 함께 자신의 우상인 에르네스토 델 라 크루즈를 만나러 가기 위한 여정에 뛰어듭니다. 미겔은 과연 에르네스토 델 라 크루즈를 만나 자신이 있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미겔은 자신의 꿈인 음악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영화 <코코>에는 이 포스팅에 적지 못하는 놀라운 반전도 있으니, 아직 보지 않으셨다면 영화를 통해 확인하시면 좋겠습니다.

 

 

<코코>에서의 시간

<코코>는 기억과 꿈에 관한 영화입니다. 기억과 꿈은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적 개념으로 치환할 수 있습니다. 미겔은 미래를 꿈꾸지만 과거의 집안 내력으로 인해 현재 어떠한 노력도 할 수 없는 갈등의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또한,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에서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며 해소되는 순간은, 현생에서의 기억 상실에 의한 헥터의 소멸 여부가 결정되는 순간과 일치합니다. 헥터를 기억하는 이승의 마지막 사람, 코코의 기억이 없어지면 사후세계에서 헥터의 존재 또한 사라지기 때문이죠. 인간은 기억하는 존재이며, 기억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구분을 가능하게 합니다. 기억은 본질적으로 과거에 의존합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행위는 과거 시점에 보고 들었던 일종의 경험을 현재로 불러오는 작업입니다. '미래의 것을 기억한다'는 문장은 그 자체로 모순을 내포합니다. 그런데 꿈은 그 본질이 미래에 위치합니다. 꿈은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 등 현재와는 다른 어떠한 상태로 변화하고 싶음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영화 <코코>에서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기억으로 연결됨을 보여줍니다. 미겔이 태어나지도 않았던 과거에 발생한 문제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기억을 통해 이어져 현재 미겔의 상태에 영향을 주고 그의 미래를 억압합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도 미겔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죠. 역설적이게도 미겔의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사후세계로 대변되는 과거에 있습니다. 미겔이 과거에서 이멜다, 에르네스토 델 라 크루즈, 헥터와 관련된 오해를 풀고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과거의 상처는 치유되고, 현실 세계의 마마 코코를 통해 과거와 연결되는 '기억'이 허용됩니다. 그렇게 현재가 과거를 외면이 아닌 기억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뒤, 미겔은 비로소 미래로의 도약을 허락받습니다. 미겔은 현재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과거와 관련된 엄청난 모험을 해야 했는데, 과거의 상처는 많은 시간이 흐를수록 쉽게 치유되지 않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더 깊은 고통과 흉터만을 남길 뿐이죠. 상처를 돌아보려 하지 않는 이멜다에게 미겔은 이런 말을 건넵니다. "You don't have to forgive him, but we shouldn't forget him."

 

 

추천사

저는 <코코>를 (어린이가 아닌) 성인에게 소개한다면 "과거에 대한 용서를 바탕으로 한 현재의 구원, 현재의 구원을 통한 미래로의 도약을 다룬 영화"로 설명할 것입니다.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점은, 저는 제가 요약한 이 명제에 대해 100%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삶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층위가 있기에, 오히려 과거와의 단절로 인한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할 수도 있고, 과거에 대한 용서로 미래가 억압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 모든 가능성을 영화적 맥락에서만 한정했을 때 <코코>는 정말 괜찮은 애니메이션입니다. 주제의식도 뚜렷하고, 디즈니 픽사의 아름답고 화려한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사후세계를 미겔이 여기저기 쏘다니며 모험하는 것을 구경하는 것은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에게 상당한 즐거움을 줍니다. 사랑스러운 감초 역할의 해골 조연들은 보는 내내 미소를 짓게 하죠. 게다가, 미겔이 처음으로 가족들에게 노래를 선보이며 흘러나오는 <코코>의 메인 테마곡인 Remember Me를 들을 때면 그 간절함이 느껴져서인지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습니다. 찾아보니 많은 분들이 <코코>를 보고 눈물을 참지 못하셨다고 하는데요. 어쩌면 <코코>를 통해 우리는 각자 잊고 싶어 묻어왔던 과거의 상처에 대한 치유에 대해 공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까지, 화려한 퍼레이드가 펼쳐지는 '죽은 자의 날 축제' 속 사랑스러운 소년 미겔의 좌충우돌 성장 스토리, 영화 <코코>에 관한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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