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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 혼돈의 시대 속 빛나는 친절의 힘 (개요, 줄거리, 3가지 관람 포인트, 추천)

by 김서울 Seoul Kim 2023.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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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오늘은 2023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 수상에 빛나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2022년 봤던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았던 영화를 꼽으라면 단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라고 할 수 있는데요. 혼돈의 시대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아픔에 공감하면서도, 아주 귀엽고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혼란 속에서 버텨나갈 힘으로 ‘친절’을 제시하는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개요, 줄거리, 3가지 관람 포인트, 추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개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감독 및 각본은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가 맡았으며, 마블의 수장 조 루소와 앤서니 루소 형제가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주요 출연진으로는 주인공 에블린 왕 역에 양자경, 에블린의 딸 조이 왕 역은 스테파니 수, 에블린의 남편인 웨이먼드 왕 역은 키 호이 콴, 국세청 직원인 디어드리 보비어드리는 제이미 리 커티스가 맡아 연기했습니다. 미국에서는 2022년 3월 25일, 한국에서는 2022년 10월 12일 최초 개봉했으며, 2023년 3월 14일 기준 총 관객 수는 421,901명(최초 개봉판과 확장판 합계)입니다. 2022년 개봉 이후 하반기부터 각종 상을 수상하다가, 제28회 크리틱스 초이스 영화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하고, 2023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등 7개 부문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2023년 3월 15일 기준, 한국에서도 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 등에서 ‘아카데미 수상작 특별전’을 모토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재개봉하여 예매 및 관람이 가능합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앤 원스>의 확장판은 한국에서 <양자경의 더 모든 날 모든 순간>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됐다는 점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2023년 3월 15일 기준 로튼 토마토 지수 95%, 관객 평점 지수 87%입니다.

 

줄거리 (스포일러 없음)

남편 웨이먼드 왕(키 호이 콴 역)과 딸 조이 왕(스테파니 수 역)과 함께 미국에서 코인 세탁소를 운영하는 주인공 에블린 왕(양자경 역). 안 그래도 경영이 어려운 세탁소가 국세청의 악명 높은 직원으로부터의 세무 조사를 받게 되고, 나이 많은 아버지를 돌봐야 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딸과의 관계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그 와중에 웨이먼드가 자신과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죠. 그런데 세무 조사를 받는 날, 남편 웨이먼드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신발을 거꾸로 신으라는 둥 이상한 말을 하며 ‘멀티버스’의 존재를 에블린에게 알려줍니다. 멀티버스는 무한한 허무의 존재 ‘조부 투바키’ 때문에 위협을 받고 있으며, 수많은 세상을 구원할 사람이 바로 에블린이라는 것도 말이죠. 그의 말을 믿지 못하던 에블린은 웨이먼드의 지시를 따라 멀티버스 속 자신의 모습을 실제로 보게 되고, 점차 자신의 힘을 깨달아갑니다.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 즉 ‘완벽하지 않음’이 바로 그녀의 강점이라는 말이죠. 그렇게 멀티버스를 여행하면서 허무의 존재에 점점 가까워지는 에블린. 그녀가 과연 멀티버스를 구원할 수 있을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3가지 관람 포인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첫 번째 관람 포인트는 바로 ‘멀티버스’입니다. 이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익숙한 개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마블 영화가 방대한 세계관을 구축하는 중간 단계에 있어 아직 멀티버스 세계의 ‘혼돈’ 상태에 머물러 있는 반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는 멀티버스의 ‘혼돈’을 이용해 현재의 소중함과 행복을 찾아갑니다. 또, 멀티버스는 양자역학과도 아주 깊게 관련이 있는 개념인데요. 현대 과학의 주류를 이루는 ‘양자역학’의 기본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원자는 이곳 저곳에 각각 다른 형태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개념이 확장되면 원자가 생물을 이루고, 생물은 세계를 이뤄 ‘멀티버스’가 되는 것이죠. 다양한 세계에 각각 다른 인생으로 동시에 존재하는 에블린 가족의 모습, 자신의 인생이 그렇게 수많은 우주 속 단 하나의 인생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에블린 왕의 혼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여 현재의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것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첫 번째 관람 포인트입니다.

 


(약한 스포일러 있습니다.) 두 번째 관람 포인트는 ‘베이글’입니다. 부드럽고 쫄깃한 맛있는 베이글과는 차원이 다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베이글은 한마디로 ‘흑화한 블랙홀 베이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 소수자, 이민자 가족의 2세로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에블린 왕의 딸 조이 왕은 자신의 어둡고 깊은 혼돈을 까맣고 빙글빙글 도는 베이글의 모양으로 만들어 냅니다. 어디에도 털어놓기 힘든 그녀의 고민과 어둠이 허무가 되어, 베이글 모양을 한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것이죠. 그녀의 허무는 그 깊이를 더해가더니, 수많은 멀티버스에 동시에 존재하는 자기 자신을 동시에 느끼고 통제할 수 있는 신적인 존재가 되어갑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허무’를 전파하며 조부 투바키라는 이름으로 멀티버스에서 악명을 떨치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허무는 꽤나 철학적으로 보이고 흡입력이 강해서, 많은 사람들이 ‘베이글!’을 외치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허무와 우울은 정체성의 혼란이 극심한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기도 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빠져본 그런 우울과 허무 속에서 조이(조부 투바키)가 어떤 선택을 통해 어떤 결말을 맞는지를 영화에서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 가장 중요한 관람 포인트는 바로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인 친절입니다. 에블린 왕의 남편이자 조이 왕의 아빠인 웨이먼드 왕은 분명 조연이지만, 이 영화의 서사를 진행시키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가장 핵심적인 인물입니다. 웨이먼드는 친절하고 인간미 넘치는 성격 탓에 아내 에블린에게 많은 타박을 받습니다. 세탁기에 운동화를 돌리지 않도록 경고하라고 남편을 보냈는데 오히려 그 사람과 함께 춤을 추고 있으니, 세탁소를 운영하는 에블린 입장에서는 화가 날 만도 하지요.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건 다름 아닌 도넛! 악명 높은 국세청 직원(디어드리 보비어드리)으로부터 세탁소의 운명이 걸린 세무 조사를 받으러 갈 때 그가 챙긴 것은 영수증도, 무기도 아닌 도넛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에블린은 그게 무슨 소용이나며 한숨을 쉬지만, 신기하게도 웃는 얼굴이 그려진 도넛을 건네받은 디어드리는 달달함에 녹아내렸는지 한껏 부드러워집니다. 차갑고 냉혹한 현실 속에서 베푸는 한 줌의 친절이 관계 전체를 비추는 빛이 된 것이죠. 친절은 때로 부드럽고, 유약하고, 때로는 바보 같은 선택적인 이미지를 가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혼란스러운 시대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무기로 친절을 제시한다는 점이 정말 흥미로운 포인트입니다. 또, 웨이먼드의 친절은 웃는 얼굴이 그려진 도넛으로 형상화되는데요. 조이가 만들어낸 허무의 상징인 가운데가 뻥 뚫린 베이글과 대조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점 또한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추천사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으셨던 분들은 재개봉이 끝나기 전에 꼭 영화관에 가셔서 한번은 보시기를 권합니다. 이동진 평론가도 ‘미친 듯한 상상력으로 그 모든 세계를 종횡무진 경유한 끝에 찡한 골든벨을 울린다 ’ 는 한 줄 평과 함께, 올해 두 번째로 5점 만점의 평점을 줬다고 합니다. 저 또한 극장에서 한 번 보자마자 빠져버려서, 확장판인 <양자경의 더 모든 날 모든 순간>이 인디 시네마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가서 재관람했습니다. 그 여운을 잊지 못해 크리스마스이브에도 확장판을 또 예약해서 세 번째 관람까지 마쳤습니다. 똑같은 영화를 세 번을 보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명작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법인가 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인종 문제, 기술의 발달로 인한 혼란, 이민자들의 현실 등 시의성 있는 주제의식이 잘 드러나고, B급 유머 코드, 영상미, 스토리, 주제의식, 미장센 등 영화를 평가하는 모든 측면에서 높게 평가받을 만한 ‘올라운더’ 영화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화양연화>, <라따뚜이>, <매트릭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을 세련되게 오마주한 장면들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상당히 재밌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마주한 영화들이 다 제가 정말 좋아해서 5번씩은 본 영화이기도 합니다.) 힘들고 혼란스러운 시대를 버티기 위해 친절할 것을 한껏 사랑스러운 방식으로 전하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주제가 담긴 대사 한 줄 인용하며 글 마치겠습니다.

Please, be kind. Especially when we don't know what's going on.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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