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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프란시스 하 (2012) | 진심이기에 더욱 아름다웠던 청춘에 바치는 찬가

by 김서울 Seoul Kim 2023.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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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하 (2012)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며,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필연적으로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타인의 시선이란 보편성을 수반하며, 개인의 주장과는 관계없이 너무도 손쉽게 많은 것을 이분법적으로 규정짓습니다. 성공과 실패, 평범함과 이상함은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사회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꽤나 직관적인 개념으로 변해버리고 맙니다. <프란시스 하>의 주인공 프란시스 하는 자신의 꿈을 향해 계속해서 노력하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한참이 지나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스스로를 아직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를 둘러싼 사회적 시선은 다릅니다. 그녀는 소속되어 있던 무용단에서 해고 통보를 받고, 당장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졸업한 지 한참 지난 모교에 가서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함께 일하는 학부생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는 "27살이면 많은 나이는 아니잖아."라고 말해보지만, 학부생은 그녀를 의아하게 바라볼 뿐입니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그녀의 상황을 분석하면, 꿈을 이루기엔 너무 늦은 나이에 제 돈벌이도 하지 못하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사람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프란시스는 이렇듯 차가운 현실을 인식하면서도 한껏 미소를 지어 보이는데요. 보편적인 젊음의 열정과 좌절을 담은 프란시스의 웃음을 담아낸 영화, <프란시스 하>에 대하여 리뷰해 보겠습니다.
 

 

줄거리

주인공 프란시스(그레타 거윅 분)의 본명은 프란시스 핼러데이(Frances Halladay)입니다. 그녀는 성공한 무용수가 되어 뉴욕을 뒤집어 놓을 거라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지만, 실상은 졸업 후 한참이 지나서도 아직 제대로 된 공연을 가져보지도 못했죠. 설상가상으로, 그녀가 속해 있던 무용단에서는 임시 해고 통보를 받습니다. 그녀에게는 가장 마음이 잘 맞는 친구 소피(미키 섬너 분)가 있습니다. 소피의 꿈은 성공한 작가로서 뉴욕에 이름을 떨치는 거였죠. 대학 졸업 후에도 한 집에서 같이 살면서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눌 정도였습니다. 두 친구는 각자의 꿈을 갖고 있었고, 그 꿈을 이루고자 끊임없이 도전하고 고민하는 서로의 일상을 사랑하며 응원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피는 다른 친구와 동거한다며 프란시스와 함께 살던 집을 나갑니다. 한편, 프란시스는 무용단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뒤 무용단 사무실에서 사무직으로 일할 것을 권유받습니다. 자신이 유일하게 꿈꿔왔던 무용수로서의 꿈을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 건지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는 프란시스. 이제 그녀는 꿈과 현실 사이에서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써 내려갈까요? 그녀의 아름다운 청춘의 한 페이지를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는 그녀의 밝은 웃음을 볼 수 있으리라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청춘을 담은 그녀의 웃음을.
 

 

진심이기에 더욱 아름다웠던 청춘에 바치는 찬가

영화 <프란시스 하>는 진심을 예찬합니다. 프란시스는 사회적인 시선에 관계없이 그녀가 사랑하는 모든 것에 진심을 다합니다. 그녀는 친구인 소피에게도, 자신이 사랑하는 무용에도, 자신과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친구들에게도 진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프란시스는 자신과 멀어지려 하는 소피를 쉽게 놓지 못하고, 무용이 아닌 다른 일을 하라는 제안도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그러던 중, 절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 소피의 근황을 소피가 아닌 다른 사람들로부터 듣고 충격에 빠진 프란시스는 충동적으로 파리 여행을 계획합니다. 프란시스는 여행을 고작 이틀 동안 다녀오려고 하는데요. 프란시스의 미래에 대해 면담을 하자는 무용단 원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죠. 프란시스는 혹시 자신에게 다른 무용 관련 일을 제안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실낱같은 기대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면담 당일, 파리로 이틀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는 프란시스에게 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럼 말을 하지 그랬어. 나는 오늘 목감기에 걸려서 면담을 취소할까 했었는데."
평범함을 지키려 애쓰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진심은 너무나도 쉽게 가벼운 개념으로 치부되곤 합니다. 흔하게 들을 수 있는 한 문장을 예로 들어 볼까요. "정말 하고 싶다고?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줄 알아?" 이 문장은 듣는 이로 하여금 진심의 무게보다는 외부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웁니다. '진심을 다해 하고 싶은 것'을 한 글자로 요약하면 '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은 개인에게 꿈을 가질 것을 바라면서도, 머지않아 꿈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타협을 요구합니다. 그렇게 일부는 세상과의 타협을 선택합니다. 자신의 진심을 따르지 않고, 사회적인 준수함을 유지하기 위해 패치와의 결혼을 선택한 소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패치와의 결혼을 프란시스에게 알리자, 프란시스는 의아해하며 소피에게 소리칩니다. "나는 너를 알아. 나를 30분짜리 밥 친구로 생각한다면 다시는 너와 대화하지 않겠어. 넌 패치를 정말 사랑하지 않잖아!" 소피는 정말 패치를 사랑해서 결혼하는 거라며 프란시스의 말을 전부 부정합니다. 하지만, 소피는 머지않아 프란시스와 우연히 만나고, 술에 취한 채 자신의 진심을 고백합니다. "나는 사실 패치를 사랑하지 않아." 그리고 그녀는 프란시스에게 지나가듯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사실 언제나 너와 경쟁하는 기분이었어." 현실과의 타협을 선택하며 살았던 소피가, 진심을 다해 삶을 사는 프란시스에게 전하는 존경과 예찬의 한 마디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짧았던 진심의 시간 이후, 소피는 다시 남편 패치와의 결혼 생활이라는 현실로 돌아갑니다. 자신의 타협으로 이뤄낸 선택 속으로 말이죠. 마지막까지 진심이었던 프란시스는 떠나가는 소피를 보기 위해 맨발로 뛰어나가 보지만, 결국 소피를 잡지 못합니다.

 


결국 프란시스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무용단 사무직 일을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프란시스가 자신의 꿈을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생계를 유지하기로 결심한 것이었죠. 그녀는 무용단에서 일을 하면서, 안무를 짜고 자기만의 공연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녀의 공연은 그녀의 진심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녀의 공연은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소피를 보기 위해 맨발로 뛰어나가던 그날의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공연은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들이 관람하는 무대에서 펼쳐지고, 박수갈채를 받음으로써 완성되었습니다. 결국 <프란시스 하>에서 그 무엇보다도 특별하고 박수를 받아 마땅했던 것은 바로 프란시스의 진심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프란시스 하>는 프란시스, 그리고 프란시스로 대변되는 꿈을 꾸는 청춘들의 진심에 대한 응원과 예찬을 노래하는 영화입니다.

 

 

추천사

잔잔하고 자전적인 흑백 영화가 이토록 생동감 있고 다채롭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요. 적어도 영화를 보는 누군가에게는 그 어떤 색보다 생동감 있는, 자신의 기억 속 청춘과 젊음에 대한 단편으로 색이 부재한 곳을 채워 넣었기 때문은 아닐까 싶습니다. 젊은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 좌절, 그리고 타협을 거쳤을 테니까요. 이는 또한 수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다루는 보편적인 감정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프란시스 하>는 특별합니다. <프란시스 하>는 색채를 덜어냄으로써 더욱 다채롭습니다. 대사와 컷을 절제함으로써 진심을 전달합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가치판단을 유보함으로써 진정으로 가치로운 것이 무엇인지를 관객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유도합니다. 문득, 아름답게 빛나던 나의 청춘을 다시금 껴안아주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 영화 <프란시스 하>를 꺼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아름다운 청춘의 단편을 담은 그녀의 웃음은 그 자체로 충분히 행복과 위로가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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