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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전함 포템킨 (1925) | 최초의 몽타주 기법, 영화의 교과서

by 김서울 Seoul Kim 2023.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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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함 포템킨 (1925)


이번 포스팅에서는 영화 <전함 포템킨>과 몽타주 기법에 대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전함 포템킨>은 최초로 몽타주 기법을 도입한 영화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고등학생 때 처음 접했는데요.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께서는 종종 영화를 보고 계시곤 했습니다. 특히 아버지께서는 고전 영화, 전쟁 영화를 좋아하셨는데, 하루는 명작이라며 흑백 무성 영화를 같이 보자고 하셨습니다. 당시 영화에 큰 흥미가 없었던 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은 했지만, 마블 시리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화려한 CG에 길들여져 있던 터라 그 영화가 정말이지 지루해서 보는 둥 마는 둥 했던 기억이 납니다. 훗날 저는 그 영화를 학부 수업 시간에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 감독의 <전함 포템킨>이었습니다.
 

 

몽타주 기법

<전함 포템킨>은 몽타주 기법을 최초로 도입한 영화입니다. 그리하여 영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히죠. 몽타주 기법은 '관객은 영화를 여러 장면(쇼트)의 집합체로서 해석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합니다. 다시 말해서, 영화에 시공간적으로 연속되는 한 가지 장면이 나올 경우, 관객은 단순히 그 장면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앞뒤에 나오는 여러 장면들을 종합해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해석한다는 관점에 근거하여 몽타주 기법이 도입되었습니다. 몽타주 기법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의 시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인 영화 편집(editing) 기법입니다. <전함 포템킨>의 장면을 예로 들어 볼까요. 1막(인간과 구더기)에서 선원들은 상사의 괴롭힘과 구더기 낀 음식에 분노해서 반란을 일으킵니다. 이 모든 과정을 하나의 연속된 장면으로 담는다면 굉장히 길고, 지루한 영화가 될 것입니다. 먼저 상사들에게 괴롭힘을 받는 장면에서는 다양한 사례를 넣어야 합니다. 한 가지 괴롭힘만으로는 반란이 설명되지 않을 테니까요. 간단한 대화만 주고받게 하며 괴롭히는 장면을 촬영해도 적어도 15분 이상은 소요될 것입니다. 또한 그 속에서 시간의 흐름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선원들의 분노가 쌓여간다는 걸 보여주어야 하니까요. 마지막으로 구더기 낀 음식들에 혐오를 느끼는 선원들의 모습까지 끊기지 않는 하나의 쇼트로 담아야 합니다. 이렇게 글로 나열만 해도 벌써 지루한 영화가 되어 버렸네요. 하지만 <전함 포템킨>에서는 이 모든 내용을 쪼개서 각각의 이미지(쇼트)를 나열해 관객에게 제시합니다. 고된 작업을 끝내고 취침하는 선원들이 질책받는 장면, 구더기 가득한 고기에 항의하나 무시당하는 장면, 또다시 고된 작업을 하는 장면, 구더기 가득한 수프를 끓이는 장면, 그 수프를 먹지 않고 매점에서 통조림을 사 먹는 선원들의 장면, 먹지도 않은 수프 그릇을 닦던 중 상관들의 고급 접시를 보며 분노하는 선원의 장면을 짧게 촬영해 유기적으로 구성해 관객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1막의 스토리를 전달합니다. 즉, 감독은 시공간적으로 연속되지 않은 쇼트를 관객에게 제시하고, 관객은 쇼트들 사이의 관련성을 찾아내 하나의 스토리를 완성합니다. 감독이 시작한 영화가 관객의 머릿속에서 완성되는 셈이죠.

 


몽타주 기법은 필연적으로 관객의 해석을 요구합니다. 따라서 몽타주 기법이 두드러지는 영화일수록 관객의 능동적인 참여가 요구됩니다. <전함 포템킨>도 마찬가지인데요. 예를 들어, 4막(오데사 계단)의 마지막 장면은 사자 동상이 일어나는 모습으로 끝이 납니다. 쇼트 간의 연결성을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사고 없이, 단순히 쇼트 그 자체만으로 영화를 바라볼 경우 관객은 사자상 장면이 왜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오데사 계단에서의 무차별 시민 폭격에 대한 분노로, 전함 포템킨은 학살자들이 모여 있는 오데사 극장을 향해 포탄을 발사합니다. 바로 다음으로 사자상이 일어나는 장면이 이어서 나옵니다. 표면적으로는 분노로 인한 포탄 발사와 사자상의 일어남은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죠. 하지만 여기서 영화의 스토리에 대한 관객의 능동적인 개입이 일어난다면, 석상으로 된 사자상이 일어나서 포효할 만큼 전함이 분노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몽타주 기법은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를 수용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영화를 해석하면서 보는 단계로 올라설 것을 요구합니다. 감독이 주체가 되고, 관객이 객체였던 기존의 영화와는 다르게, 이제 감독과 관객이 각각 영상 제작자와 관람자로서 대화를 하는 역할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감독은 자신이 그린 상상의 세계를 관객들에게 의도를 담아 전달하지만, 관객은 감독이 던져준 단서들을 바탕으로 새롭게 작품의 세계를 구축합니다. 100명의 사람이 동일한 영화를 보고 감상문을 썼다고 가정했을 때, 모든 감상문은 각각 다른 점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인상 깊었던 점도 다를 것이고, 기억하고 싶은 장면도 서로 다른 이유로 뽑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즉, 관객은 관람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능동적으로 영화를 자신의 인식 속에서 재구조화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로 기억하게 됩니다. 몽타주 기법을 활용해 스토리에 여백을 많이 만들수록 관객의 능동성은 더 높은 수준으로 요구됩니다.

 

 

정리

지금까지 <전함 포템킨>을 보고 몽타주 기법에 대해 알아보며, 시간의 흐름을 생략함으로써 만들어진 여백이 관객의 능동적인 해석을 요구한다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또한, <전함 포템킨>에 대한 리뷰를 적으면서 ‘영화는 인생의 축소판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인생 또한 각자에게 주어진 단편적인 경험들의 합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설계되는 결과물입니다. 우리는 영화의 롱테이크와 같이 우리가 겪었던 경험의 전부를 시간의 연속으로 기억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단편적인 조각들이 모여 전체적인 기억을 구성하는 몽타주 기법에 가깝죠. 영화와 인생 모두 단편적으로 주어진 쇼트, 경험을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상으로, 오늘의 영화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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