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블 시리즈에서 개인적인 최애 시리즈를 꼽으라면 망설임 없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라고 대답합니다. 처음 1편부터 마지막 3편까지 모두 DC 스튜디오의 공동 CEO이기도 한 제임스 건이 감독을 맡았는데요. 2023년 5월 7일 기준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81%, 관객 평점 95%로 상당히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시리즈물의 경우 전작과의 비교는 필연적으로 수반되는데, 가오갤 시리즈는 매 시리즈가 나름의 매력이 있어 굉장히 좋아하던 작품이었습니다.
제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아쉬움 반, 이번엔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에 대한 기대 반으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를 용산 CGV 아이맥스관에서 관람하고 왔습니다. 가오갤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작품인 만큼, 아주 높았던 기대치를 충분히 충족시켰던 작품입니다. 2023년 관람한 잊을 수 없는 영화 중 하나로 기억될 영화였는데요. 그럼 지금부터 감독 제임스 건, 3가지 관람 키워드, 쿠키 영상 유무를 주제로 스포 없이 리뷰하겠습니다.
목차
감독 제임스 건
1966년생인 제임스 건은 영화사 트로마에서 시나리오를 쓰며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1996년 개봉한 <트로미오와 줄리엣>이 제임스 건의 첫 집필 영화입니다. 그 뒤로 다양한 영화의 각본, 제작, 감독을 맡았는데 주로 SF, 공포(호러), B급 코드가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제임스 건은 무명 시절도 길었을 뿐더러 다양한 사건사고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제임스 건이 제작 협력으로 참여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한 2018년, 당시 디즈니의 총 책임자 앨런 혼은 7월 코믹콘에서 제임스 건을 해임합니다. 그가 무명 시절 트위터에 올렸던 심각한 수준의 소아성애 발언으로 인한 여파였습니다. 이 때 디즈니를 떠난 제임스 건이 워너 브라더스로 이적해 만든 영화가 바로 마고 로비 주연의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2021)였습니다.
제임스 건은 이미 디즈니에서 영구 해임되었고, 추후의 비즈니스 논의도 일절 없을 예정이라는 공식 발표가 있었지만 제임스 건을 복귀시키라는 여론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편과 2편을 모두 연출한 제임스 건이 3편까지 연출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었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출연진 뿐 아니라 수많은 팬들의 여론이 일었고, 인스타그램에서는 #RehireJamesGunn이라는 해시태그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디즈니 총 책임자 앨런 혼이 제임스 건을 설득해 디즈니에 재영입했고, 제임스 건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마블에 합류, 이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의 연출을 맡게 되었습니다.
3가지 키워드 : Love, Dance, Family
제가 보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는 SF, 액션 영화의 모습으로 사랑, 춤, 가족에 관해 노래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 트릴로지의 마지막, 3편에서는 그러한 주제의식을 아주 강렬하고도 효과적으로 강조하고, 그동안 제시했던 떡밥을 모아 깔끔하게 예쁜 리본으로 묶어 마무리합니다. 이보다 더 완벽한 3부작의 마무리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과정에서 사랑, 춤, 가족을 빼놓지 않으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각인시킵니다.
모두가 "나 잘났다!"라고 외치며 모였던 어벤져스, 손가락 한번만 튕기면 세상을 날려버리는 타노스에 비해 가오갤의 주인공 하나하나는 꽤나 모자라 보입니다. 캡틴이면서도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피터 퀼(크리스 프랫 분), 너구리와 인간 그 사이 어딘가인 로켓(브래들리 쿠퍼 분), 엄청난 힘을 가졌지만 동료들에게 멍청이로 놀림받는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 분), 아버지로부터 신체 개조를 당한 네뷸라(카렌 길런 분),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조종할 수 있으면서 정작 자신의 마음은 알지 못하는 맨티스(폼 클레멘티에프 분), "아이 엠 그루트"밖에 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그루트(빈 디젤 분), 자신의 반려견(?) 코스모보다 염력이 부족한 크레글린(숀 건 분)까지, 어느 한 멤버도 완벽한 존재라고는... 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하나씩은 인간미 있게 모자른 그들이지만, 그들 모두에게는 서로를 사랑하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가족을 지키려는 따뜻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다른 히어로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이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구성원의 희생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는 희생 위에 일군 평화가 아닌, 사랑 위에 일군 평화를 노래한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이렇게 모자르지만 귀여운 매력의 가족(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 하나의 행성을 이뤄 살고 있던 어느 날, 여느 마블 영화가 그렇듯 강력한 빌런이 등장합니다. 이번 가오갤 3편에서 등장한 빌런은 바로 완벽한 생명체를 만들겠다는 미명 하에 우생학 처돌이가 되어버린 하이 에볼루셔너리(추쿠디 아우지 분)입니다.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목표는 온순하고 완벽한 생명체를 만들어 완벽한 사회를 구성하는 거라고 본인이 밝히는데, 그 말을 옮겨 적는 지금도 소름이 돋네요.
오래 전, 생명의 존귀함이라는 개념조차 탑재하지 않은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수많은 생체 실험으로 많은 생명을 희생시킵니다. 하지만 거듭된 실험에도 2가지 문제가 난제로 남는데, 바로 생명체의 공격성을 제거하는 것과 창조성을 가진 존재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좌절하던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그 많은 실험 속에서 실험번호 89P13 생명체가 주체적으로 창조성을 가진 사고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기계 천재였던 89P13은 누구에게 배운 적도 없으면서 생명체의 공격성을 제거하는 기술의 해법을 알려줍니다.
역시 제정신은 아니었던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89P13에게 고마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다시 해부해 연구하려고 합니다.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스스로를 신이라고 칭할 정도로 가장 완벽한 존재여야 하는 자기 자신보다 뛰어난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고, 89P13에게 발현된 창조성을 다른 생명체에게도 이식하려 합니다. 기계 천재였던 89P13은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끔찍한 계획을 듣고는 탈출을 감행하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 합류합니다. 그리고 현재로 돌아와, 89P13이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된 하이 에볼루셔너리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찾아다니기 시작합니다.
우리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NFLB(No Family Left Behind)를 지킵니다. 89P13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 하이 에볼루셔너리에 대적하는데요. 생사를 오가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사랑, 춤, 가족을 잃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는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기에 충분히 가치롭다고 생각합니다. 리뷰를 작성하는 지금도 그 감동의 여운을 잊을 수가 없네요.
감상
슬퍼하지 않을 수 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을 지라도 (혹은 우리의 인생이 슬퍼하지 않을 수 없는 길을 걸어가는 것 그 자체이기에)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노래하며 춤을 춰야 하고, 가족과 친구를 지키며 살아가야 한다고 외치는 히어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많은 부분을 은유하고 생략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제임스 건 감독이 굉장히 섬세하게 연출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사회 문제, 차별적 인식 등을 꼬집으면서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모든 멤버의 개성과 매력, 사랑스러움을 극대화했고, 그들 하나하나의 서사 또한 놓치지 않고 그들을 진정한 의미의 '어른'에 한발짝 더 다가서도록 이끌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마블 팬들까지 배려한 다양한 장면까지 들어가 있었죠. 섬세한 연출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감탄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쿠키 영상 정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에는 쿠키 영상이 총 2개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 거의 바로 나오는 쿠키 영상 1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등장하는 여러 사진들, 엔딩 크레딧이 모두 끝난 뒤에 나오는 쿠키 영상 1개가 있으니 꼭 끝까지 관람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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